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 발현하는 9가지 연대기

9편의 단편소설이 담긴 이 이야기들은 무척 흥미롭게 다가온다. 평범한 일상처럼 느껴지며 마치 지금 내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그대로 기록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 속 어느 한 지점을 가만히 꺼내어 그 상황으로부터 9가지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발현되는 듯하다.
뜬금없는 과거로부터 이어지는 두 남녀의 조금 짧은 연대기
아무래도 표제작인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이 깊은 잔상을 남긴다. 뜬금없는 역사 속 과거로부터 시작하여 현 시점을 살아가고 있는 두 남녀를 그려내는 모습이 꽤 흥미롭다. 소설은 중학교 동창인 진주와 니콜라이의 조금 짧은 연대기를 보여주는데 지극히 평범한 일상임에도 어딘가 특별해 보인다. 서로를 어렴풋이 인지하고만 있던 중학교 시절을 지나 진주는 명문고에 니콜라이는 취업률이 높은 특성화고에 진학한다. 이후 성인이 되어 각자 치열하게 입에 풀칠하며 살아가던 중 뜬금없는 재회를 계기로 두 사람은 급격히 친한 사이가 된다. 이들은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가지만 삶의 고단한 굴레에서 벗어나기는 힘들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세상을 향해 대단히 투덜거리지도 않는다. 여러 인터넷 밈이 등장하고 ‘기립하시오. 당신도’라는 문구를 통해 인터내셔널가를 알게 되며 함께 신세 한탄을 해보기도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자신들이 속한 그 자리에서 묵묵히 삶을 살아낼 뿐이다.
진짜 이야기들이 녹아내린 우리들의 보편적인 초상
단편적으로 이 소설집에 등장하는 분위기가 대개 이렇다. 얼마 전 우리가 마주했던 진짜 이야기들이 작품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고 그 사이사이에 인물들이 놓인 지난한 상황들이 펼쳐진다. 그렇다 보니 다른 세상의 모습을 굳이 상상할 필요도 없이 그들이 처한 현실에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된다. 세모바를 좋아하는 팬에게 벌어진 일부터, 솔로 농장에 출연하여 사랑을 찾아 헤매는 모습, 전조등처럼 정해진 앞만 바라보며 정해진 수순의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들이 그렇다. 또한 인터내셔널가의 의미를 찾아보며 보편적인 교양을 쌓기 위해 책을 읽으려 애쓰기도 하고, 스타를 좋아하는 우리의 모습을 비추기도 하며, 지나간 날들을 후회하기도 한다. 남들보다 못할지언정 나만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 보기도 하며 때로는 살아가는 불안함에 스스로를 가두기도 하는 모습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Mulder’s Log : 하이퍼리얼리즘의 밈 뒤에 숨겨진 묵직한 위로
김기태 작가의 소설들은 우리가 매일 스마트폰 화면으로 마주하는 세상과 퇴근길 지하철 풍경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팟캐스트, 연애 리얼리티 예능, 인터넷 커뮤니티의 유행어까지 소설 곳곳에 널려 있는 현대적 코드들은 독자로 하여금 멀리 있는 허구가 아닌 바로 지금 나의 이야기로 몰입하게 만드는 강한 흡입력을 발휘한다.
특히 표제작 속 진주와 니콜라이의 모습은 거창한 혁명이나 대단한 성공을 꿈꾸지 못하더라도 팍팍한 삶의 굴레 속에서 밈을 소비하며 서로를 위로하는 우리 세대의 서글픈 초상과 닮아 있다. 투덜대지 않고 묵묵히 제자리를 지켜내는 인물들을 향한 작가의 시선은 차갑지 않고 따뜻하다. 거창한 문학적 수사보다 더 강력한 진짜 일상이 주는 공감의 힘을 느끼고 싶은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여하튼 소설 속 인물들의 삶처럼, 우리 역시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살아내기를.
📚 Book Info
도서명 :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저자 : 김기태
출판사 : 문학동네
장르 : 단편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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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