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리고 – 소원의 달콤함 뒤에 숨겨진 잔혹한 타이머

소원을 들어주는 앱 ‘기리고’에 시험 만점을 말했던 형욱이는 소원 성취 이후 24시간 타이머가 생겨나고 그 마지막에는 알 수 없는 행동을 하며 스스로 삶을 끝내버린다. 주변에 있던 세아, 나리, 건우, 하준은 기리고에 대해 파헤치며 그것이 소원을 들어주는 앱이지만 그 소원의 대가는 결국 죽음이라는 충격적인 진실을 알게 된다. 이들은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죽음을 피하기 위해서 그리고 남겨진 서로를 지키기 위해 저주를 끊으려 그 처음 이야기를 찾아 나선다.
평온함 속에 감춰진 시기와 질투, 그리고 어긋나는 시선들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는 친구들의 모습이지만 그 안에는 시기와 질투가 함께하고 있다. 서로에게 향하는 시선이 어긋나기도 하지만 파국을 인정하는 이와 부정하는 이가 동시에 존재하면서 그로 인해 위험 요소가 발생하기도 하고 때로는 제거되기도 한다. 또한 하준의 누나인 햇살과 매형 아닌 매형 방울이가 등장하며 이 저주의 깊이를 함께 따라간다. 극 중 무속신앙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현실이 아닌 다른 세계의 공간이 연출되고 인물들은 그 안에서 필사적으로 저주를 풀어가려 애쓴다.
저주의 원흉, 기리고 앱을 만든 시원과 혜령의 과거
파헤칠수록 깊어지는 저주의 원흉은 결국 기리고 앱을 최초로 만들었던 시원과 혜령의 이야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누구보다 친했던 둘의 사이가 조금씩 어긋나면서 자신의 안위를 위해 친구를 버리는 배신이 일어난다. 그로 인해 깊은 상처를 받고 세상의 웃음거리로 전락해 버린 이는 결국 자신이 만든 기리고 앱에 잔혹한 저주를 불어넣게 된다. 과거의 왜곡된 욕망과 배신이 현대의 디지털 기술과 결합하여 잔혹한 저주의 저수지가 된 것이다.

Mulder’s Log : 괴물 같은 저주 앞에 피어난 끈끈한 우정의 가치
이 시리즈의 재미는 저주의 공포 자체보다도 극단적인 위기 상황에서 여실히 드러나는 인물들 간의 관계성에 있다. 초반부 평온한 가식 뒤에 숨겨진 시기와 질투, 서로 어긋나는 시선들은 저주라는 외부의 위협보다 어쩌면 인간의 내면이 더 괴물 같을지 모른다는 씁쓸함을 남긴다. 기리고 앱을 만든 시원과 혜령이 결국 자신의 안위를 위해 서로를 버렸던 것처럼 이 저주는 인간의 이기심으로 점점 커진다. 새로운 매개체로 새로운 이야기로 같은 상황들이 계속 이어지게 된다.
하지만 이 저주에 맞서는 세아, 나리, 건우, 하준의 선택은 과거의 비극과 전혀 다른 궤적을 그린다. 나 혼자 살기 위해 죽음을 다른 친구에게 전가시키는 비겁한 회피를 택하기보다 도리어 서로를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기꺼이 내놓는 쪽을 아끼지 않는다. 이들이 이토록 극단적인 희생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나만 살아남아 마주할 죄책감과 고독보다 함께 살아내야 한다는 끈끈한 우정이 더 가치 있음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시리즈는 이 지독한 결속력을 바탕으로 힘을 모아 파국의 상황을 극복하려 한다. 무속신앙을 시각화한 기괴하고 이질적인 공간 연출 역시 이러한 인물들의 절박한 연대를 돋보이게 만드는 훌륭한 장치다. 여하튼 작중 인물들이 마주한 비극처럼 대가 없는 달콤함에 현혹되기 전에 우리가 진짜로 갈구하는 욕망의 무게가 무엇인지 먼저 들여다보기를.
🎬 Movie Info
타이틀 : 기리고 (Girigo)
연출 : 박윤서
출연 : 전소영, 강미나, 백선호, 현우석, 이효제
장르 : 미스터리, 스릴러, 호러
🔗 External Links
[IMDb] If Wishes Could Kill (Girigo) (2026) – Director by Park Youn Seo
[Rotten Tomatoes] If Wishes Could Kill(20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