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와 0수 – 죽기 위해 살려야 한다.

김영탁 저, 『영수와 0수』, arte, 2025년

바이러스와 AI가 바꿔놓은 세상.
면역력을 기반으로 인간들의 거주 구역이 나뉘었고, AI가 노동을 대체해 버렸다.
여유로워진 인간들은 행복해졌을까? 아니, 오히려 깊은 우울감에 빠져 인구수는 급격히 줄어든다. 이에 정부는 기가 막힌 대책을 내놓는다.
우울감을 없애기 위해 강제 근무제를 실행하고, 자살을 법으로 금지시킨 것이다.

김영탁 작가의 소설, <영수와 0수>다.

1. The System : 죽지 못하는 이유

​주인공 영수의 일상은 지옥이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창밖의 익숙한 나무로 달려들어 목을 매고 싶지만, 그는 꾸역꾸역 몸을 돌려 일터로 향한다. 죽지 못하는 이유는 단 하나, 자살 연좌제 때문이다.
아빠의 자살로 인해 남겨진 가족이 그 노동의 몫을 떠안았고, 영수는 주 6일 근무라는 형벌을 살고 있다. 여기서 나마저 죽는다면? 그 짐은 고스란히 엄마에게 넘어간다.
미안함 때문에 죽지도 못하는 삶. 그 무기력함이 영수를 짓누른다.

2. The Glitch : 나를 대신할 ‘0수’

​그런 영수에게 자살방지국 직장 동료 오한이 은밀한 제안을 한다.
“복제 인간을 만들어서 자리에 앉혀두고, 너는 사라지면 돼.”
통장에 꽂힌 정체불명의 돈, 그리고 그럴싸한 계획.
영수는 자신의 꿈인 완벽한 로그아웃을 위해 자신을 복제한 0수를 만들어 낸다.
이제 0수가 내 역할을 대신하기만 하면, 나는 자유다. 죽을 수 있는 자유
그런데 시스템 오류 같은 상황이 발생한다.
“0수가 자살 시도를 했습니다.”

3. The Irony : 죽기 위해 살려야 한다

어처구니가 없다.
나를 대신해 살라고 만들었더니 눈을 뜬 0수는 “이런 세상에서 어떻게 사냐”며 먼저 죽으려 든다. 상상력으로 가득 찼던 영수의 죽음 계획은 0수의 돌발 행동으로 꼬여버린다.
결국 영수는 자신이 죽기 위해 0수를 살려야만 하는, 기막힌 여정을 떠나게 된다.

AI로 생성된 이미

4. The Journey : 잊혀진 기억을 찾아서

​0수의 자살 시도 때문에 얼굴도 모르는 먼 친척 기특이 찾아오고, 이상한 시선으로만 쳐다봤던 오한까지, 이렇게 넷은 자동차에 몸을 싣고 다른 구역으로 향한다.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있던 그들은 이 엉뚱한 로드 무비를 통해 비로소 사는 재미를 맛본다.
그리고 영수는 오한의 도움말로 지워졌던 기억의 진실을 마주한다.
자신이 왜 수만 가지 자살 방법을 생각하게 되었는지, 어떤 과거가 자신을 짓눌렀는지.
잊고 있었던, 아니 지워버렸던 기억을 온몸으로 느끼며 그는 역설적으로 살고자 하는 의지를 되찾는다.
그렇다면 이제… 0수는 어떻게 해야 하지?

Mulder’s Log : 시스템의 오류, 인간의 온기

기술은 발전해서 노동이 사라졌지만, 그 빈자리는 허망함과 존재 부정의 우울로 채워졌다.
죽음조차 마음대로 선택하지 못하고 가족에게 빚으로 넘겨야 하는 사회.
정부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는지도 모르는 이 삭막한 세상에서 영수와 0수의 여정을 통해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이야기한다.

​죽음을 향해 달려가던 영수와 0수가 결국 서로를 통해 삶의 이유를 찾았듯,
어쩌면 우리를 살게 하는 건 완벽한 시스템이 아니라, 옆에 있는 누군가의 엉뚱한 온기일지도 모른다. 복제인간 0수였지만 결국 그 또한 영수 자신이었던 것처럼.

📚 Book Info
도서명: 영수와 0수
저자: 김영탁
장르: SF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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