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포코 너구리 대작전 – 변신하지 못하는 자의 처세

모두가 완벽한 금빛 샤치호코로 둔갑해 위용을 뽐낼 때, 그 사이에 덩그러니 원래의 털가죽을 뒤집어쓴 채 엉거주춤 고개를 치켜든 너구리 한 마리가 있다. 바로 ‘폰키치’다.
변신술 수업의 진도를 전혀 따라가지 못했으면서도 대열에서 낙오되는 공포를 견디지 못해 어떻게든 무리 속에 섞여 보려 시늉을 한다. 그리고는 들키지 않았을까 좌우로 데굴데굴 눈치를 살피며 은근슬쩍 넘어가는 그 찰나의 표정.
거대한 개발의 불도저 앞에서 생존을 담보로 완벽한 변신을 강요하는 세상. 누군가는 시대의 요구에 맞춰 능란하게 둔갑해 엘리트 샐러리맨으로 안착하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는 나는 번번이 그 완벽한 변신에 실패한다.
세상이 요구하는 스펙과 기준은 가혹하고 내 밑천은 턱없이 부족하다. 도태되지 않기 위해 튀어나온 못이 되어 뽑히지 않기 위해 그저 무리 속에서 아는 척 흉내를 내며 눈을 굴리는 폰키치의 모습은 낯설지 않다.
어쩌면 거대한 시스템의 톱니바퀴 속에서 매일 출근길에 짓고 있는 내 얼굴도 저 폰키치의 불안한 눈동자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영웅이 되지 못한 내가 차가운 현실을 버텨내기 위해 선택한 가장 서글프고도 처절한 생존의 처세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