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도시 – 완벽하게 조작된 지옥, 처절하게 부수다.

가벼운 팝콘 무비였던 원작 영화 <조작된 도시>의 세계관이 피 튀기는 19금 하드보일드 복수극 시리즈로 돌아왔다.
억울하게 살인 누명을 쓰고 5년의 지옥 같은 감옥 생활을 버틴 평범한 청년 박태중. 그리고 타인의 인생을 완벽한 지옥으로 ‘조각’해 내는 배후의 설계자 요한. 완벽하게 통제된 시스템 속에서, 살기 위해 짐승이 되어야만 했던 남자의 처절한 반격이 시작된다.
두 짐승의 충돌
평범함을 넘어 누구보다 성실하게 살아오던 박태중은 하루아침에 살인마로 전락해 나락으로 떨어진다. 삶의 의지마저 잃은 채 그저 숨만 쉬며 ‘살아지던’ 그는, 우연한 계기로 자신의 인생이 누군가에 의해 의도적으로 망가졌다는 ‘조각’의 실체를 알게 된다.
그 반대편에는 타인의 인생을 쥐고 흔드는 배후, 요한이 있다. 부모의 재산을 갈취하고 타인의 삶을 짓밟는 이 소시오패스 설계자는 단순히 돈만을 위해 움직이지 않는다. 의뢰인들의 표정과 타인의 고통을 감상하며 상황 자체를 하나의 게임처럼 즐기는 뒤틀린 인물이다.
액션보다 돋보이는 두뇌 싸움
이 작품은 단순히 주먹만 오가는 1차원적인 복수극을 지양한다. 요한이 완벽한 알고리즘과 통제력으로 짜놓은 함정의 틈새를, 태중이 처절한 집념으로 파고들어 역으로 박살 내는 두뇌 싸움이 극의 핵심 동력이다.
정밀하게 설계된 지옥을 탈출하고 반격하는 치밀한 과정이 돋보인다. 하지만 때로는 이 반격의 과정 자체가 서사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기보다는, ‘극적인 전개를 보여주기 위해 억지로 끼워 맞춘 듯한’ 작위적인 느낌을 주기도 한다.


12부작이 만든 치명적인 늘어짐
장르적 쾌감 이면에는 뚜렷한 아쉬움도 존재한다. 본래 2시간 남짓한 영화 사이즈에 어울릴 법한 밀도의 이야기를 12부작 드라마로 억지로 늘린 흔적이 역력하다.
특히 중반부 감옥에서의 기나긴 서사나, 굳이 궁금하지 않은 주변 인물들의 사연을 장황하게 설명하는 구간에서는 전개 속도가 급격히 늦춰진다. 과감하게 8부작 정도로 타이트하게 쳐냈다면 장르 특유의 쫀쫀한 ‘속도감’이 훨씬 살아났을 것이라는 짙은 아쉬움이 남는다.
Mulder’s Log : 통제된 세상, 날것의 본능, 그리고 아쉬운 디테일
완벽하게 설계된 시스템(조각) 속에서도, 결국 변수를 만들어내는 것은 철저히 짓밟힌 인간의 원초적 본능이었다. 차갑고 정교한 요한의 세상에 뜨겁고 거친 태중이 균열을 내는 과정은 분명한 시각적 재미와 장르적 쾌감을 던져준다.
하지만 극의 몰입을 방해하는 헐거운 설정들은 못내 아쉽다. 하루아침에 억울한 누명을 쓰고도 변변한 항변조차 하지 못한 채 무기력하게 감옥에 들어가는 태중의 초반 상황은, 오직 ‘이야기의 출발’을 위해 시청자에게 억지 이해를 강요한다. 또한 요한의 잔혹한 유희와 부를 과시하기 위해 등장하는 언더그라운드 자동차 경주 같은 설정들은 한국적인 정서와 겉돌며 강한 이질감을 자아낸다. 여기에 맹목적인 ‘악’으로만 기능하는 평면적이고 답답한 형사 캐릭터의 작위성까지 더해지면서 극의 리얼리티는 크게 반감된다.
조금 더 현실의 땅에 발을 붙인, 개연성 있는 디테일이 뒷받침되었다면 어땠을까. 화려한 복수극의 겉모습에 비해 디테일한 내실이 부족했다는 짙은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 Series Info
타이틀 : 조각도시
형식 : 12부작 시리즈
장르 : 범죄, 액션, 스릴러, 하드보일드
